평택시 생활폐기물 업체 선정, 부실과 혼선의 연속 ‘행정 신뢰 붕괴’
공정성 상실과 관리 소홀, 반복되는 실패 언제까지?
지난 12월 27일 저녁, 평택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4곳이 선정됐다. 평택시가 진행한 이번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선정 과정은 행정적 부실과 미숙함의 민낯을 드러내며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평택시는 당초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기 위해 용역업체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논의해 왔다. 하지만 약 3억 원의 용역비를 예측하고도 이를 2024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담당 부서의 과장, 팀장, 담당 주무관 셋이서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이마저도 팀장이 장기휴가로 자리를 비우며 과장과 담당 주무관 둘이서 모든 업무를 떠맡아야 했으며. 이들의 경험 부족은 업무 부실을 초래했다. 팀장이 없는 것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험 부족은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모집공고에서부터 부실이 시작됐다. 근거가 모호한 규정, 사업자 선정위원회 구성의 부실 등 애매한 것들이 다수 포함된 모집공고는 참여 업체의 혼선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시는 과업을 강행했다. 결국 12월 18일, 사업자 선정위원 한 사람의 자격 논란을 두고 심사가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자격 논란이 된 위원은 ‘평택시 제안서 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칙 제2조(위원회의 구성 등) 3항 4호(1년 이상 근무경력을 가진 기술사 또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시의 해석에 따르더라도 시는 사업자 선정위원회 위원의 부실한 자격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같은 규칙 3조 5항을 보면 ’평가위원 선정 업무와 관계된 공무원은 평가위원 선정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제안서 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 하며, 평가위원에게 보안각서를 받아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문제의 평가위원은 심사 당일 오전 8시 18분께 55명이 있는 단톡방에 “평택시청 자원순환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적격심사 심사위원으로 어제 저녁 선정되어…”라고 자신이 평가위원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시는 평가위원이 보안각서까지 작성하고 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처럼 평가위원 선정과 보안 유지 의무를 저버린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위원의 보안각서 위반도 위반이지만, 공무원의 관리 소홀 역시 면하기 어려운 책임으로 지적된다.
시는 평가가 중지된 이튿날 조례를 위반하면서까지 담당 과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신뢰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평택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선정 절차를 중단하고, 진상규명 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시청 현관 앞에서 집회까지 펼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한 강행 ‘행정 과오’ 덮기 위한 꼼수
시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고 TF팀을 꾸리는 등 사업자 선정 절차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평택시가 문제를 인지하고도 공무원들의 ‘행정 과오’를 덮기 위한 시도로 비춰진다고 꼬집었다. 평택시의 해석대로 심사위원 즉 사업자 선정위원회 위원을 선발함에 있어 자격 미달인 자를 선별하지 못한 것과 그 사람이 위원(장)으로서 사업자 선발 과정에 투입한 것은 행정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이다.
또 정당한 사유없이 공고한 날짜보다 업체 선정이 늦어지면 평택시는 상당한 금액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토지를 임대한 업체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등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에 시가 급하게 업체 선정을 강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는 12월 26일 사업자 선정위원회 위원 8명을 선발했다. 담당자는 선발된 위원들이 앞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선정을 위한 면접 심사는 27일, 예정대로 진행됐고 오후 7시경 55개 업체의 면접 심사가 완료됐다. 평가에 참여한 업체는 30쪽에 달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다수의 업체가 채 5분도 안 되는 평가 시간에 심사를 마쳤고, 한 마디 질문조차 받지 못한 사례도 발생했다.
업체 관계자 A씨는 “몇 분 만에 질문 한마디 없이 약 한 달 동안 준비한 제안서를 평가한 심사위원들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시는 “평가위원들이 제안서 내용을 보고 빠르게 적응하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평택시의 행정 난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업체 4곳을 선정한 뒤,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과장은 “공고할 때 심사위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어떤 법(규정)에 따르는 것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장은 “차순위 예비업체는 선정 했나?”라는 질문에 “남은 인허가 과정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어 탈락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차순위 예비업체를 선정하지 않는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 역시 부족함을 드러냈다.
이번 사례는 평택시가 행정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공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정 운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