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석 칼럼- 선거 이야기54] 상상 더하기

“선관위 직원을 고문하려 했나…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포승줄, 망치, 송곳 등을 챙기라 지시하고…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고 하면서… 현직 대법관인 중앙선관위 위원장을 체포하는 등 30여 명의 체포대상자 명단도 가지고 있었다.…”
언론에 난 기사들을 읽어 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지고 등골에서는 식은땀이 절로 난다. 무장 공비를 소탕하는 것도 아닐 것인데, 총 칼이나 개인화기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서 야구방망이에서 송곳까지 준비시켰다니 상상만으로도 참으로 끔찍하다.
때마침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어 시급히 막았으니 망정이지, 무작정 따라야 했던 계엄군이 위에서 시달된 명령대로 하나씩 하나씩 진행하였다면 어찌 되었을 것인가? 무고한 공무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실을 잘못 알거나 오판한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파장이 매우 크고 중대하다. 단순히 무언가 궁금해서 사실을 확인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선량한 국민을 대상으로 씻을 수 없는 정신적 물적 피해를 준 중대 범죄가 분명하다. 반드시 이번 사건의 전후와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혀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양비론적 시각이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너는 잘했나”라고 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은 모두 다 너 때문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이든지 오른쪽이든지 국민 누구나 법을 위반하면 모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위법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실시하게 된 사유 중 하나로, 선거 부정을 파헤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중앙선관위의 컴퓨터 통제 장치인 서버를 탈취해서 서버에 기록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선관위 서버를 확인하면 선거 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증거물 등의 기록을 확인할 수는 있었던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중앙선관위 서버는 선거관리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주된 역할을 한다. 전산화를 통해서 전국적인 운영체계와 유권자 편의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종합시스템으로 사전투표제도가 탄생하게 된다. 즉, 누구든지 전국에 있는 사전투표소에서 본인 신분증만으로 선거인 확인도 가능하고 투표용지도 출력해서 손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서버를 통해서 투 개표소에서 진행하는 투표나 개표상황을 취합하고, 전국 단위로 체계적인 분석이나 통계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시시각각 진행하는 투 개표소 현장이나 사건 사고 등의 선거 상황을 언론이나 국민에게 신속히 알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표와 당선인 결정은 오롯이 구‧시‧군위원회 개표소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진행될 뿐이다. 그것은 유권자가 투표한 투표함 속의 종이 투표지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장치인 서버는 그 결과물을 전송하는 통로일 뿐이다. 개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여당 국회의원에게 한 번만이라도 물어보았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엉뚱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진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바른 정치지도자는 높은 지식이나 일관된 의지보다 국민과 더 소통하고 경청함이 우선이다.
바르게 더 바르게 – 주권자인 국민은 늘 깨어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