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는 지방, 지방을 바꾸는 청년

영국의 정치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요한 지도자였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은 "정치는 내일, 다음 달, 내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의 연속이며,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는 청년의 정치적 역할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젊은 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배제되고, 대부분 기성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필자는 청년정치 참여와 관련한 국가과제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저조한 근본적 이유는 다름 아닌 청년들의 삶이 지나치게 팍팍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방에서의 젊은 세대의 삶은 더욱 열악하며, 이는 지방 소멸 문제를 가중시키고 정치적 무관심을 초래한다. 청년 세대가 안정적이고 활기찬 환경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은 인구위기와 지역소멸이라는 전대미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는 지방 소멸의 차원을 넘어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지방의 생존이 젊은 세대에 달려있다면 대한민국號의 미래 또한 젊은 세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층은 단순한 인구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할 핵심 주체다. 청년 세대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머물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얼마 전, 감소일로에 있던 한 기초단체의 인구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해서 살펴보니, 출생으로 인한 자연 증가가 아니라 그 지역으로 이사 온 가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결과였다. 물론 지역에 따라 귀농·귀촌·귀어 등 전입도시(轉入都市)를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인구 증가를 위한 단순한 ‘사람 쟁탈전’을 벌이는 방식은 국가 전체적으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불과하다.
지방소멸의 해법은 "젊은 세대가 꿈꾸는 지역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람은 행복감이 충만할 때, 그 행복을 2세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출산의 기쁨이고, 그 결과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청년 세대가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방 소멸을 막는 진정한 해법이다. 지역이 시민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지역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새해에 우리 평택은 "의존적 착시"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첫째, 관외로부터의 인구 유입에 의존하는 인구 순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245개 시군구 연령 평균 자료(행안부 2024)에 따르면, 평택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13번째(평균 41.8세)에 랭크되었다. 그러나 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젊은 세대의 기호와 선호를 반영한 청년 허브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의 창의와 혁신이 숨 쉬는 공간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도시 전역에 창작 공간, 갤러리, 클럽, 스타트업 허브를 마련하고, 예술과 혁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공 공간을 적극 활용하자.
독일 베를린처럼 예술과 창업 생태계를 결합하여 창의적인 젊은 세대를 끌어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창의와 혁신의 노력은 자생적인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하여 국제 도시로서의 매력을 강조해야 한다. 평택에서 세계를 느끼고, 세계인들이 한국적 정서를 경험하면서도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거대기업 소재 지역이라는 의존에서 벗어나 자생적 지역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특화 산업을 발굴하여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의 연계고리를 강화하여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기술 창업과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교육 인프라를 연계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오늘날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끽하는 젊은 세대의 선호에 부합하는 지역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예술, 스포츠, 음악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24시간 카페와 공동 작업 공간을 확대하면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관내 대학생들이 평택에 정착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국적을 불문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에게 지역화폐 지원금이나 정기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우리 지역의 대학에게도 메리트를 높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덴마크의 젊음의 도시인 오르후스(Aarhus)도 청년 유입을 통해 활력을 되찾은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오르후스시는 대학교와 협력하여 청년들이 학업과 창업을 동시에 지원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저렴한 주거 공간과 창업 인큐베이터를 제공하며, 문화와 예술 행사를 통해 청년의 꿈과 삶을 담을 수 있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전략은 청년층이 활발히 활동하는 에너지를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며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방시대의 성공은 청년 세대에 달려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SDGs)"의 핵심은 지역 사회의 자생력이다. 청년 세대가 미래 가족과 함께 정착하고 싶은 지역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도시가 될 것이다. 평택이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을 품고, 대한민국의 지방시대를 이끄는 “청년 친화형 도시”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