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마을 사람들의 외침 “고마해라, 마이 힘들었다 아이가”
“보상도 지원도 필요 없어…이제는 평온하게 살 권리 달라”
“SRT 지나가고, 송전탑 세우고…이번엔 화장터까지? 더는 못 참아”
市 “명확한 공모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입지 선정했을 뿐…”
“장사시설은 과거의 혐오시설 아냐…인식 개선에 힘쓸 것”
동막은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땅 밑으로 SRT가 지나가면서 건물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말랐어요. 고압 송전탑 설치 문제로 힘든 싸움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장사시설 건립 문제로 또다시 마을이 위험에 처했습니다

평택시 동막마을 주민들이 3월 3일 마을 입구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장사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0여 명의 주민이 참석했으며, 주민대표들은 평택시의 불공정한 부지 선정 과정과 졸속 행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다만, 주민들은 장사시설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인근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장사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마을 근처에 들어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막마을 비상대책위원회 최규완 사무국장은 “평택시가 장사시설 부지를 공모하면서 은산1리를 이미 내정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단 31세대로 구성된 작은 마을을 분리해 서류상 22가구의 찬성만으로 동의를 받은 것은 행정 편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성면 양교6리는 175세대 중 102세대가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했는데, 31세대 중 22세대가 찬성한 은산1리가 최종 선정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평택시는 토지보상금과 주민지원사업을 미끼로 특정 지역을 선정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사시설 필요하지만, 왜 우리 마을 옆이냐”
이날 시위에 참석한 동막마을 주민 김남철 씨는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던 부락산과 태봉산 자락이 훼손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평택시는 푸른도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산림을 파괴하는 모순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김 씨는 “장사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우리 마을 인근이냐”며, “마을과 불과 380m 떨어진 곳에 시설을 세우면서도, 정작 보상금과 인센티브는 1.8km 떨어진 은산1리와 외지인 대토지주가 가져가는 것은 불공정한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날 시위에서 주민들은 “평택시는 편법과 꼼수를 멈추고, 공정한 부지 선정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주민들은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시의원, 도의원 모두 낙선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지를 밝혔다.
이상동 마을 이장은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땅 밑으로 SRT가 지나가면서 건물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말랐다”며, “2019년에는 고압 송전탑 설치 문제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힘들게 싸웠는데, 이제는 장사시설 건립 문제로 또다시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상동 이장은 “마을 숙원사업도 싫고, 돈을 주는 것도 필요 없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가족 같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택시 “공모 절차 따라 진행… 주민과 대화 계속할 것”
평택시의 입장은 주민의 주장과는 달랐다. 장사시설 건립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명확한 공모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입지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공모 과정에서 500미터 이내 주민 동의율 60% 이상의 요건을 충족한 지역을 예비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은산1리 지역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최종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시는 향후 전문기관의 입지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시설 건립이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며 시설 설계 및 주민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평택시는 장사시설이 과거의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선진 사례를 주민들과 공유하고,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환경 파괴 및 건강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3월 7일 평택시청 앞에서 추가 집회 예정
동막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3월 7일 은산2·3·4·5리 주민들과 함께 평택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장사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은산리 주민들과 함께 부당함을 항의하고, 서류심사 과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과 평택시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장사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향후 어떻게 해소될지 주목된다.
권현미 기자 bric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