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들렌식품은 그룹으로 성장할 겁니다”
김상명 이사의 도전과 성장 스토리

잘 정돈된 정장 차림에 은빛 머리카락이 단정한 사람.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정부 위탁 기관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들은 그의 정갈한 이미지 때문에 ‘손 아나운서’라 부르기도 했다. 손석희 아나운서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누군지 궁금해지는가.
‘주식회사 마들렌’의 김상명 이사(44)다. 그를 직접 보니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한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다.
‘주식회사 마들렌식품’은 원래 통복동의 작은 빵집이었다. 빵 공장을 하면서 생산한 빵을 ‘케이크하우스’라는 빵집에서 판매했다. 당시에는 개인 빵집으로 평택 3대 빵집 중 하나였지만 작은 업체였다.
지금은 직원 100명이 넘는 기업이다. 이 변화의 그 중심에는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집념이 있었다. 그가 이 빵 공장에 온 것은 2016년 8월. 그는 가족 사업을 돕기 위해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평택으로 내려왔다. 불확실한 사업의 길을 택하는 것이 두렵기는 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이곳은 직원 30여 명이 근무하는 빵 생산 공장이었습니다. 이 건물 지하와 1층에서 빵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접 생산을 접고, 유통과 특수 판로 개척으로 방향을 전환한 거지요.”
유통과 특수 판로 개척? 그게 뭘까? 그는 “쉽게 말해 간식 배달과 캐터링 사업이에요. 빵은 우리에게 주식이 아닌 간식이니, 간식의 개념을 넓혀 여러 가지 간식을 유통한 것이지요. 거기에 각종 연회나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것이지요.”

위기 때마다 더 성장, 탁월한 판단력
이렇게 방향을 정하고는 사명을 ‘마들렌식품’으로 바꿨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후 기업을 찾아다니며 계약을 위해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냉혹했다.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때론 미팅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살길이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아갔다.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문이 열리더니 현대자동차, 현대트랜시스, 현대모비스 등 굴지의 대기업에 간식을 납품하는 특판 대리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마냥 안정적일 것만 같던 회사 운영은 어느 날 날벼락을 맞았다. 예상치 못한 위기였다. 나라 전체가 휘청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것이다. 집합이 금지되어 학교가 문을 닫고, 각종 모임이 사라지고, 기업들의 운영이 불안정해지면서 간식 배달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그의 머리는 한 움큼씩 더 하얗게 변했다. 그러다가 문득, 방역물품이 떠올랐다. 이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급하게 찾는 물품이었다. 그걸 공급하면 될 것 같았다. 때마침 ‘이런 물품을 공급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확신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절호의 찬스 아닌가.
“그때 기업들은 코로나로 격리된 직원들에게 마스크, 자가진단 키트, 손소독제 같은 방역 물품을 지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물품 공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마스크와 방역 물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지요.”
그는 바로 ‘격리 박스’를 제작했다. 이 박스에는 음료, 햇반, 컵라면, 손소독제, 마스크 등 필수 물품이 담겼다. 수도권은 직원들이 직접 배달했고, 다른 지역은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매출이 정상적으로 유지됐고, 오히려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렇게 마들렌식품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덕분에 직원 복지를 챙길 수 있었다. 그의 빠른 판단과 결단력, 그리고 실행력 덕분이 아닐 수 없다.
위기를 넘긴 김상명 이사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들렌식품을 단순한 납품업체가 아닌, 친환경 기업, 지속 가능성 기업으로 성장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 첫길은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식품 유통업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ESG 경영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ESG 평가를 받고, ISO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며 기업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ESG 평가나 인증 획득은 그만큼 기술력과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가치를 높였다는 얘기다. 현재 그는 평택 양교리에 1천1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류와 공급망을 더욱 체계화하고, 기업 고객들에게 더욱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가족,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존재
김상명 이사는 단순히 마들렌식품을 성장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회사를 그룹으로 키우는 것이다.
“현재는 식품 유통이 주력이지만, 향후 물류 사업, 위탁 급식, 소방 엔지니어링, 프랜차이즈 사업 등으로 법인을 분할해 그룹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는 이미 그룹 명칭과 브랜드 전략까지 구상해 두었다. 단기적인 성장에 급급하지 않고,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며 차근차근 회사를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직원과 고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건 역시 가족이다. 가족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시울이 돌연 뜨거워졌다. “와이프는 정말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저는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인데, 아내는 감성적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사람이지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는 딸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였다. “정말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했다. “아들은 차분하면서도 자기 할 일을 척척 해내는 성숙한 면이 있다”며, “나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김상명 이사는 봉사도 열심이다. 평택시 청소년지도위원협의회의 사무국장이기도 한 그가 지역 사회 봉사 활동에 뛰어든 계기도 가족이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 봉사갔다 대한민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들의 행복 바탕에는 가족이 있었다.


특히 사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자녀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단순한 부모의 역할을 넘어 직접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처음으로 부모로서 내가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어요. 이때 이게 단순히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닐 테니, 청소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후 지인의 소개로 청소년 지도위원회 활동을 시작했고,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과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닌,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사업에서의 끝없는 도전과 변화, 그리고 가족의 행복은 이제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성장의 발판이다.
권현미 기자 bric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