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의 一寫一言] 두 개의 시선 하나의 얼굴

눈을 질끈 감거나 눈을 부릅떠 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현실을 직시하기 어렵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또는 체념적 상황에서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그것을 회피하거나 받아들이려는 행위의 일종입니다. 반대로 분노, 경계, 결의 또는 집중할 때 상대방이나 상황을 압도하려고 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눈을 뜨고 한 사람은 눈을 감았다면 서로의 감정이나 판단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시쳇말로 양극화한 세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일 테지요.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두 눈을 떴어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면 상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배려하지 못하게 되며 소통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요즘의 양극화가 마치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은 감은 채로 사물을 보아도 각기 다르게 보이거나 두 개의 인식으로 나타날까요?
이 사진은 1990년대 중반, 서울 명동에서 찍은 어느 쇼윈도의 포스터입니다. 한 사람이 눈을 뜨거나 감은 두 장으로 보이지만 사실 한쪽 눈은 감고 다른 쪽 눈은 뜬, 한 장의 사진입니다. 그것을 세로로 잘라 반대쪽에 다시 붙여 놓으니 한 얼굴이 두 얼굴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멀쩡한 사진을 둘로 나누어 붙인 것은 뻔한 얼굴을 뻔하지 않게 보이려는 의도입니다. 그게 포스터 디자이너의 의도이겠지요. 그래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30여 년 전에 이미 의도적인 양극화가 있었던 듯합니다.
뻔하면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 포스터처럼 왜곡해서 이목을 끄는 행위를 현대 사회의 정보 단편화와 필터버블 현상으로도 설명합니다. 복잡한 현상을 이것 아니면 저것처럼 이분화, 단순화시켜 놓으면 아주 강렬한 정보가 됩니다. 게다가 슬쩍 왜곡된 정보를 심어놓으면 진위를 알아보려는 노력 대신 맹종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정보들만 걸러서 추천하는 현대의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사회를 양분화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물론 이 말은 양극화의 다양한 원인 중에서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만 다양한 시각을 접할 기회를 제한하는 정보의 단편화 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이해 부족을 초래하며, 자아와 집단의 일방적 정체성을 강화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온 세계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몸 한 얼굴의 사람이 한쪽 눈을 뜨고 한쪽 눈을 감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어째서 두 개로 갈라진 인식처럼 작용해야 할까요. 반을 뚝 잘라서 반대쪽에 붙인 포스터 반쪽을 이제는 다시 제자리에 붙여야 할 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