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없고 팬클럽만 있었다… 평택 연등문화축제의 민낯
“4천만 원 세금들인 종교 행사, 전국 팬클럽 버스 동원해 ‘출석체크’…
시민 참여·종교 취지 실종”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지난 12일 평택 서부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평택연등문화축제’가 시민과 불자들의 공감과는 먼, 생뚱맞은 팬미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종교적 행사로서의 정체성을 벗어나, 출연 가수 팬클럽이 버스까지 동원해 객석을 채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으로 연예인 팬 미팅을 열어준 셈”이라는 날 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평택시 예산 4천만 원이 투입된 불교 행사다. 평택불교사암연합회 주관으로, BBS불교방송이 생중계까지 나섰다. 1부에서는 불교의례와 합창, 무용 공연 등이 이어졌고, 2부에 이르러서는 트로트 가수 신성, 국악인 남상일 등이 무대에 올랐다.
문제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 중 평택시민보다 특정 트로트 가수의 팬클럽 회원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행사 참석자는 약 200명. 이 중 100명 이상이 특정 가수의 팬클럽이었다. 이들은 천안, 대전,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단체 버스를 대절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평택시가 지원한 4천만 원 예산은 불자 1인당 약 4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소진된 셈이다. 팬클럽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시민 참여율은 더 떨어진다. 행사 홍보는 평택시민 대상보다 팬클럽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정황도 제기된다.
한 시민은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런 종교문화행사를 시가 지원하면서 시민에게는 아무런 안내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문화행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평택시 관계자는 “1부는 불자 중심으로 경건하게 치러졌고, 불교 전통은 지켰다”고 해명했지만, 팬클럽 위주였던 2부 행사의 문제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시 내부에서도 ‘불교 행사에 굳이 인기 트로트 가수를 섭외했어야 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혈세를 투입한 문화행사가 지역의 종교적 정체성은 물론, 시민과의 소통에서도 실패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세월호 10주기 추모, 대형 화재, 경제 침체 등으로 공동체적 슬픔이 깊어진 시점에서 이처럼 ‘축제성 짙은’ 행사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불교계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불자는 “종교는 공동체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시국에 팬클럽 중심의 축제를 벌이는 건 수행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평택불교사암연합회 측은 “팬클럽 동원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주객전도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