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더미 속에서 삶을 다시 세우다”
에바다센터·손나눔봉사단, 저장강박 장애인 가정 대상 ‘주거환경 대청소’

“집 안에 빛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평택시 교포1리의 한 주택에서 20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운 봉사활동이 지난 11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봉사는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금강환경 손나눔봉사단이 손을 맞잡고 펼친 최대 규모의 주거환경 개선 활동이었다.



정비 대상 주택은 1996년부터 고철, 폐가전, 자전거, 플라스틱 용기 등이 무질서하게 쌓이며 집 안팎의 공간 대부분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화장실조차 물건에 막혀 사용할 수 없어 외부 간이 화장실을 쓰는 일이 일상이었고, 도로까지 쓰레기가 넘쳐 인근 주민들의 통행에도 큰 불편을 주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당사자가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어 수년간 정비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저장강박증은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강박 장애의 일종으로, 생활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에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금강환경 손나눔봉사단과 함께,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 해결에 나섰다.



11일 진행된 1차 봉사에는 봉사단원 14명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처음엔 하루 일정으로 계획됐지만, 쓰레기 양이 워낙 많아 정비는 16일까지 연장됐다. 작업에는 포크레인과 트럭까지 동원됐으며,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함께 정리를 이어갔다. 정비가 진행되며 그간 보이지 않던 바닥이 드러났고, 문조차 열 수 없던 공간에 바람과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2차 봉사에서는 실내 잔여 쓰레기 정리와 공간 정돈이 이뤄졌고, 집의 숨겨진 구조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쓰레기 더미에 걸려 차량의 타이어가 터진 적도 있었다”며 “이제야 숨통이 트였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이번 봉사로 집 안팎의 쓰레기는 대부분 정리됐지만, 별채 창고와 집 외부에 쌓여 있는 쓰레기 일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고철과 폐기물이 혼재돼 있는 상태라, 향후 분리 작업과 운반이 병행돼야 한다.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해당 가정에 대한 상담과 사후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며, 일회성 정비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 계획을 밝혔다. 또한 금강환경 손나눔봉사단 역시 앞으로도 지역 내 소외된 환경을 찾아 봉사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전민혁 봉사단장은 “눈물겹게 고된 작업이지만, 정돈된 집안을 보고 나면 모두가 웃게 된다”며 “더 많은 분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대상자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qldh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