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백만 원과 4천만 원

하나. “복지국장님 면담은 잘하셨어요?”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시청을 찾았다. 북을 치고, 춤도 추고, 요구사항도 담았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외친 자리였다. 그날 면담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는 다름 아닌 ‘전동휠체어 충전기’ 얘기였다. 1년 전, 진위역에 충전기 하나만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단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2025년 본예산에 못 넣었고, 추경도 어렵다.”
그래서 물었다. “충전기 설치 예산이 얼만데요?”
“400만 원이요.”
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 문화 축제를 취재했다.
공연장에서 파란 응원봉을 든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이요. 팬클럽 단체예요.”
시민도 아닌 그들로 채워진 자리에 들이부은 예산은 4천만 원.
대부분 빈 좌석, 트로트 가수 출연료가 너무 비싸 방송사와 협의해 비용을 줄였다는 자랑도 들었다. 트로트 가수 출연료는 얼마였을까?
셋. 인구정책위원회를 취재했다.
미혼남녀 20명을 모아 상담·교육 4회를 진행하고, 150명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하면 출산율이 오를 거란다.
사업비는 500만 원. 그중 강사료·상담료만 240만 원이 책정됐다. 위원들은 수긍했고, 해당 사업은 통과됐다. 물론 아직 보조금 심의는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25년 예산서에 이미 올라와 있다.
세금이 공(空)돈이 되고 있다. 공(公)돈이어야 할 예산이 누가 보지 않으면 그냥 ‘비어 있는 돈’처럼 쓰인다. 행사는 채워지지 않았고, 사업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장애인의 외침은 여전히 묻혔다.
북을 치며 춤도 추고 외쳤지만, 장애인들은 400만 원도 가져오지 못했다.
그래서 ...
자꾸 눈이 간다.
권현미 기자 bric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