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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원의 詩로 세상 엿보기]4월 비빔밥
주간평택
2025. 4.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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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비빔밥을 좋아하시나요?
비빔밥을 먹을 때 무엇과 무엇을 넣고 비비나요?
밥과 고추장, 각종 나물을 넣고 참기름을 뿌려서
그 밥 위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놓으면
그걸 풀어 썩썩 비비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비빔밥이 됩니다.
그런데 시인은 비빔밥을 먹을 때 재료가 다르네요.
햇살 한 줌, 새순 몇 잎, 목련 향, 아기병아리 걸음 열 걸음,
순이 생각, 마지막으로 마음이 고명으로 오르네요.
이런 비빔밥은 무슨 맛일까요?
시인은 제목을 4월 비빔밥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4월의 맛이라고 하는 듯합니다.
그만큼 신선하고 깨끗하고 그리움 가득한 맛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시에서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원래의 단어 자리에 다른 단어를 넣으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를 구성하는 단어 대신
어떤 새로운 단어를 넣을 수 있을까요.
그 단어의 비빔밥이 우리의 세상을 새롭게 만들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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