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형의 ‘꼼수래 꼼수거’]“푸른도시 만든다더니, 버섯길을 내셨네?”
정장선 시장님, 푸른도시 만든다면서요?

산림과 하천, 녹지를 하나로 연결해 평택을 생태도시로 만들겠다는 30년짜리 마스터플랜.
“푸른 물길, 푸른 숲길, 푸른 하늘길을 시민의 품으로!” 감동적인 캐치프레이즈 아닙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시장님이 그린 그 ‘푸른 길’ 한가운데에 누가 버섯재배사 진출입로를 딱! 내셨습니다. 그것도 국도 38호선, 하루에 4만 7천 대가 쌩쌩 달리는 도시 진입 관문 한복판에요.
메타세콰이어 1,060주 중 13주가 잘려나갔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요? 뭐, 그렇게 따지면 손가락 열 개 중 하나쯤 잘려도 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이겠죠.
그런데 그 나무들 누가 심었냐고요? 시에서 심었습니다. 누가 허가했냐고요? 그것도 시입니다. 그러면 누가 벌목을 막았냐고요? …시? 아니요. 아무도 없습니다.
이쯤 되면 시청은 ‘푸른도시 조성처’가 아니라 ‘푸른도시 조성-말소처’입니다.
산림녹지과는 “허가가 다 끝난 곳이니 우린 관여 못 해요”라며 나무 한 그루당 계산기 두드려 3,100만 원 받고 끝냈다네요. 참으로 깔끔한 해결. 숲은 사라졌지만, 처리 문서는 남았습니다.
그나저나 말이죠, 이 진출입로는 버섯재배사를 위한 거랍니다.
도시 숲을 잇겠다며 30년짜리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동시에 버섯 재배 출입로를 도심 간선도로에 뚫어주는 이 행정, 이중적이라기보다 참 구수합니다. 표고버섯 육수처럼요.
‘푸른도시 만들기’라는 정책이 이렇게 땅바닥에서 허물어지고 있는데,
정책 부서는 “그건 다른 기관에서 허가했어요” 하고, 다른 부서는 “그건 이미 허가된 일이니 어쩔 수 없어요” 합니다.
이쯤 되면 평택시 행정은 셀프 안면몰수의 고수. 시청 내 부서는 부서끼리 협의를 안 하고,
메타세콰이어는 나무들끼리 협의도 못 하고 잘려나갔습니다.
결국 정장선 시장의 ‘푸른도시’는 말만 푸르고, 현실은 회색 콘크리트.
도시의 입구는 버섯출입구로 바뀌고, 시민들의 차창 밖에는 ‘그린웨이’ 대신 ‘버섯웨이’가 펼쳐집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있습니다. 정책은 거창했지만 최소한 버섯은 자라날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잘려 나갔지만 버섯은 허가받았고, 콘크리트 위에서라도 자라날 준비가 됐거든요. 어쩌면 평택의 미래는 푸른 잎사귀가 아니라 표고향 그윽한 차돌박이 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은 말합니다. “정책은 선언이 아닙니다. 행정은 쇼가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말한 그 ‘푸른도시’를 진짜 보고 싶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지금 도로 옆에서 잘려 나간 그루터기보다 훨씬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