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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一寫一言]한 번쯤 생각을 걸러볼 때인 것 같습니다

주간평택 2025. 4. 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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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oia 마을

사진도 거짓말을 합니다. ‘미화美化의 거짓, 선택의 거짓, 전형화의 거짓‘이 그것입니다. ‘주의하자 조명발, 경계하자 화장발, 다시 보자 수정발’ 같은 우스갯소리가 대표적으로 미화의 거짓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풍경 사진에서 미화의 거짓은 가장 아름다울 때를 기다리거나 멋지게 보이는 곳을 골라 찍는 행위를 말하는데 그런 사진에 홀려서 찾아가 보면 정작 볼 수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세계 3대 일몰 명소 이아Oia 마을’도 그런 경험을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이아 마을은 그리스 남쪽의 산토리니섬 서쪽 끝에 있습니다. 남향의 하얀색 그 마을은 한여름에만 석양이 마을과 겹치는데 그 계절 아니면 석양 따로 마을 따로입니다. 5월의 여행이 그랬습니다. 남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는 마을과 동떨어져 건너편 큼지막한 섬에 막혔습니다. 굳이 넘어가는 해와 겹치지 않아도 이아 마을이 아름다울 때는 초저녁 짧은 시간 동안 흰 벽으로 비치는 노을빛과 불 밝힌 마을 풍경이 어우러질 때입니다.

산토리니를 떠올릴 때는 그것 말고도 왜곡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섬 어디를 가도 에게해가 보이는 ‘파란색 돔 지붕의 흰색 건물’에 대한 환상입니다. 파란색 지붕은 며칠 동안 섬을 훑듯이 다니면서도 불과 몇 채 만나지 못했습니다. 파란색 돔 지붕은 예배당이라나요.

그런데 궁금했습니다. 3대 명소라는 기준은 누가, 그리고 나머지 두 곳은 또 어느 나라일까요? 게다가 왜곡된 이미지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요? 아무리 검색해도 3대 명소를 지정한 공식적인 국제기구나 권위 있는 기관이 안 나옵니다. 그저 아전인수 격으로 여기저기 주장만 많고요. 혹시 관광 마케팅 차원에서 동원한 건 아닐까요?

산토리니, 그리스 2019. 5.

산토리니의 왜곡 이미지는 선택의 거짓에 해당합니다. 작가가 그렇게 골라 찍으면 생각이 밖으로 이어지는 시각의 확장 때문인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흰색 벽에 파란색만 칠해도 지중해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몇 년 전 천안 어느 아파트단지 앞 상가에 불어닥친 ‘지중해 마을’ 열풍이 그랬습니다.

지금 시국이 엄중합니다. 이 순간 우리는 확실하지도 않은 말을 거르지 않고 받아쓰기하는 건 아닌지, 의도적으로 만든 왜곡 이미지를 사실인 양 맹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되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PS : 산토리니는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곳의 지진 사태가 끝나면 꼭 한 번 여행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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