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신궁리 일대 개발 후폭풍…깨진 농로, 무너진 신뢰”
38호선 도로점용·개발행위로 농민 피해 확산…환경 훼손·기관 간 충돌 조짐
평택시 팽성읍 신궁리 일대가 '개발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도 38호선 도로점용 및 개발행위 과정에서 농사용 도로가 심각하게 파손되고, 주변 환경까지 훼손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28일, 평택시와 신궁리 일대 농민들에 따르면 2023년 6월 국도 38호선 안중 방향 신궁리 구간 1,634㎡ 부지에 농산물 재배사 진·출입로 목적으로 도로점용 허가가 내려졌고, 2024년 1월에는 인근 3필지(7,375㎡)에 개발행위(건축허가 등)가 추가로 승인됐다.
문제는 개발을 위한 대규모 흙 매립 과정에서 터졌다. 38호선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 수천 대에 달하는 무게 약 40톤 덤프트럭이 농로를 무차별적으로 질주하며 흙을 퍼날랐고, 이로 인해 매립지 반경 1~2㎞ 내 농로가 심각하게 깨지고 갈라지는 등의 손상이 발생했다.
농로는 농기계와 장비를 이동하는 필수 통로다. 그러나 곳곳에 금이 가고, 도로 표면이 깨진 탓에 농기계 이동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곧 다가오는 농번기를 앞두고 농민들은 장비 고장, 작업 지연 등 피해를 걱정하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농민들의 분노는 농로 파괴에만 그치지 않는다. 40톤 덤프트럭들이 흘린 흙과 먼지가 농로를 미끄럽게 만들고, 강풍을 타고 안성천과 인근 주택가까지 퍼지면서, 농업 환경뿐만 아니라 생활환경까지 심각하게 오염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농민은 “논에서 일하다 트럭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농로가 이렇게 망가질 것을 예상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로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긴급 현장 점검에 나섰다. 조사 결과, 중장비 통행으로 인한 농로 파손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는 원인 제공 업체에 즉각 원상복구를 요청한 상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원상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형사 고발과 함께 개발행위 허가를 내준 평택시를 상대로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사태는 단순 민원 수준을 넘어, 기관 간 법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개발행위 허가와 관리 감독 과정에서의 기관 간 협의 부재가 불러온 전형적 실패 사례다. 농로 훼손과 주변 환경 피해는 단지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사전 협의·예방조치 부실, 책임 부서의 안일한 대처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나온다.
특히 도로점용 및 개발행위 승인 과정에서 ▲주변 농업 기반 시설에 미치는 영향 ▲환경 관리 대책 ▲중장비 통행로 별도 확보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허가를 남발한 결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농민들과 주민들이 떠안게 된 셈이다.

개발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환경 보호와 농민 생계 보장 없이 밀어붙이는 개발은 결국 지역사회의 신뢰를 파괴하고,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신궁리 주민 A씨는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라며 “책임 없는 허가 행정이 언제까지 용납돼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계속해서 A씨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행위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농민 피해 복구를 위한 강력한 후속 조치다.”라며 “관계 당국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명확한 책임 규명과 조속한 복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주형 기자 iou86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