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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석 칼럼 - 선거이야기 58] 무소의 뿔처럼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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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기 불교 경전을 대표하는 숫타니파타에서 따온 글이다. 어지러운 세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중심을 잡고, 해야 할 일은 단호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서, 여러 가지 복잡한 현세에 용기를 주고 응원을 보내는 글이기도 하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12. 3 국가 비상사태가 발발한 지도 3개월여 지났다. 그동안 비상계엄을 주도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제기되고, 원/피고 간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다가, 이제는 소송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심 선고만 남겨 놓고 있다.

그동안 재판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편하지 않다. 공판 과정에서 비상사태의 목적과 진행 과정이 낱낱이 밝혀지고, 불법성 여부와 총 칼로 무장된 계엄군인들의 임무와 실제 행동들이 모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나니, 더 큰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는 심정이다.

그런데 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계엄 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극명하게 갈라지고, 서로 다른 목소리로 외치더니, 비상계엄 발발 초기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여론도 보수와 진보,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있다. 비바람과 눈보라도 피할 수 없는 허허한 광장에서 지켜보는 시민들은 그래서 더 초조하게 심판 결과를 기다리며 가슴앓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결과에 대해서는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승복해야 한다. 정치권도 앞장서서 올바로 알리고 더 이상 국민을 쪼개고 편 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국민이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모두 제자리를 찾도록 응원해야 함은 당연하다.

한편,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밝혀진 대통령의 고민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먼저, 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으로 국정이 어려웠다는 것인데,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다.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터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론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어느 정책이 더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도 국민에게 물어보았다면, 더 현명한 해답을 찾지 않았을까?

또한 야밤에 선관위를 급습해서 서버를 탈취하고 부정선거의 실체를 밝히려고 하였다는 것인데, 이 또한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투 개표관리 시스템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선관위에서 보관 중인 지난 선거 때 사용한 전산시스템을 다시 한번 직접 운용해 보면 될 것이고, 모든 기록이 있으니 쉽게 판단해 볼 수도 있다.

전산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인 여야 정당의 관계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선관위의 선거관리 장비와 전산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공직선거법(§278 ⑤) 규정에 따라서,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참여한 전자선거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고, 공정한 투 개표 시스템을 운용 과정을 모두 보았는데, 점검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아주 아주 시급한 일이 있다. 그것은 혹시나 헌재에서 탄핵 심판을 인용했을 때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 흔들림 없이 선거를 관리할 선관위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제부터는 그들이 차분히 선거를 준비하도록 응원과 함께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공정선거 - 오로지 선거법만 바라보는 무소의 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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