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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라이프

유해화학물질 사고, 더 이상 무방비는 없다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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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대규모 수질오염사고 모의훈련으로 ‘실전 대응력’ 키운다

지난해 1월, 화성시 유해화학물질 보관창고 화재로 시작된 오염수가 평택시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불을 끄는 소방용수에 녹아든 메틸에틸케톤과 에틸렌디아민은 관리천을 따라 하류까지 도달했고, 7.4km에 달하는 구간은 에메랄드빛으로 변했다. ‘시퍼렇게 멍든 냇물’이 된 관리천은 단지 화성의 사고가 아니었다. 오염된 구간은 전부 평택이었다.

이 사건을 교훈 삼아 평택시가 움직였다. 사고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25년 3월 27일, 평택시 환경지도과는 청북읍 토진리 일대에서 대규모 수질오염사고를 가정한 민관합동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송탄소방서와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함께 참여한 이번 훈련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은 ‘실전 수준’이었다.

훈련 시나리오는 간단하지 않았다. 유해화학물질 저장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그 진화과정에서 배출된 소방용수와 화학물질이 섞여 인근 배수로를 통해 공공수역으로 유입되는 상황. 이에 따라 소방용수를 실제 우수맨홀에 투입해 수계 흐름을 파악하고, 유속 확인 및 배수로 차단까지 직접 실습했다.

소방용수를 실제 우수맨홀에 투입해 수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예측과 다른 수계 흐름, 훨씬 빠른 유속, 비정형적 물길 구조가 드러났고, 이에 따라 실제 상황에서 방제 차단이 지연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평택시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관내 유해화학물질 저장·보관업 사업장(26개소) 전수 점검 및 단계별 훈련 실시 ▲수계 흐름 실측조사 및 구조도 작성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 매뉴얼 구축 ▲사고 시 신속한 자원 투입을 위한 지역업체와의 협약 체결(MOU 추진) 등의 조치를 예고했다.

훈련은 단순한 시범이 아닌, 지난 사고와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는 일회성 훈련이 아니라, 재난 대응 시스템의 체계적 개편을 뜻한다. 특히 눈에 띈 대목은 ‘수계 유속 정보’와 ‘유출 경로 실측’ 기반의 대응 매뉴얼 필요성을 스스로 제기했다는 점. 사고를 기다리지 않고, 사고 이전에 움직이겠다는 환경행정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오염사고 당시, 총 11곳의 방제둑을 설치하고 25만 톤이 넘는 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38일의 시간과 약 6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평택시는 이번 모의훈련을 시작으로 “사고 발생 이전에 먼저 움직이는 환경행정”을 천명하고 있다. 지민철 환경지도과장은 “관내 유해화학물질 저장·보관업 사업장 총 26개소 중 이번 훈련을 제외한 25개소에 대해 단계적인 훈련 및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수계 구조와 유속, 유출 가능 경로에 대한 실측 조사를 병행해 사업장별 맞춤형 방제계획 수립 및 훈련을 통해 사고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시민은 “이제는 대응이 아니라 예방, 반응이 아니라 준비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유해화학물질 사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훈련은 그것을 똑똑히 보여준 첫 장면이었다.”고 시 행정을 격려했다.

강주형 기자 iou86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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