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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주한미군 피해지원위원회”가 불편한 미군…평택시 명칭 변경 요구에 휘둘리나?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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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시의원 불참 속 미군 측 명칭 변경 요구…조례 본래 취지 흔들린다

2025년 첫 ‘평택시 주한미군 피해지원위원회’ 회의에서 미군 측은 위원회의 명칭 변경을 요구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반면, 한국 측에서는 위원장과 시의원들이 불참하며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조례 이행에 대한 무관심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평택시 통합방위종합상황실에서 ‘평택시 주한미군 피해지원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는 2024년 의원 발의로 제정된 ‘평택시 주한미군 피해지원 조례’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로, 작년 4월 첫 회의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실질적인 논의보다 미군 측의 ‘위원회 명칭 변경’ 요구가 논의를 지배하면서 본래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회의는 ‘주민 피해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한미합동순찰센터 운영 지원’ 등 중요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회의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임종철 부시장은 당연직 위원장으로 위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했고, 시민의 대표로 참석해야 할 이관우, 최재영 시의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평택시가 미군 피해 지원 조례 이행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유경 평택평화센터 정책국장은은 “평택시는 미군 주둔으로 인해 행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관련 조례와 기본계획은 실질적인 피해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위원장이 불참하고, 시민 대표 시의원 두 명이 모두 빠진 것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미군 측 ‘명칭 변경’ 요구… 본질 흐려지는 위원회

위원회에서는 ‘미군 주둔 지역 주민피해 실태조사’ 등 주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회의 초반부터 미군 측의 명칭 변경 요구가 제기되며 논의의 초점이 흐트러졌다. 캠프 험프리스에 근무하는 A 공보관은 “위원회 명칭이 적절하지 않으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미군 측은 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대리를 맡은 이훈희 부위원장은 “다수결로 위원회 명칭을 변경하고, 평택시가 제안한 ‘평택시 주한미군 주둔 지역 등의 발전 및 지원 위원회’ 또는 ‘평택시 주한미군 상생협력위원회’ 중에서 선택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고유경 정책국장은 “위원회 명칭 변경이 논의 안건으로 사전에 공지되었고, 평화센터 운영위에서 그에 대한 논의를 하여 '현행 유지안'을 평화센터의 입장으로 정하여 논의에 참가한 것” 이며 “조례에 명시된 위원회 명칭을 위원회 스스로 바꾸려는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보관의 ‘떼쓰기(?)’에 휘둘리는 평택시

회의에서는 “위원회 명칭을 민주적 방식으로 다수결로 정해 의회에 개정을 요구하자”는 의견과 “미군 측 위촉받지 않은 사람이 명칭 변경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위원회 구성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가” 등 다양한 반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2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위원회는 결국 조례 개정을 의회와 시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한 시민은 “미 공보관이 위원회 운영 방향까지 좌우하려는 것이냐”며 “위원회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적절한 인사를 위촉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위촉해 놓고, 명칭까지 바꿔가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평택시의 위원 위촉 기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평택시는 이에 대해 “피해지원을 위해서는 미군 측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미군 대표를 위촉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는 캠프 험프리스 공보관 외에도 K-55 공보관, 외교부 산하 평택 SOFA 국민지원센터장 등이 참석한 만큼 굳이 특정 공보관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미군 토양오염 정화비용까지 평택시가 부담… 소송으로 돌려받아

평택시는 미군 기지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토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5년마다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3년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팽성읍 K-6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는 벤젠, 크실렌,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등의 유해 물질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40%를 초과했다. 또한 카드뮴, 구리, 니켈, 아연, 납, 불소는 기준의 7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택시는 2024년 국가를 상대로 토양 정화 비용 16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5년에도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10억 원 중 8억 7천만 원을 돌려받았으나,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처럼 평택시는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한 환경 문제에 대해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번 위원회의 논의가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면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미군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조례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평택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번 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장과 시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고, 미군 측의 ‘명칭 변경’ 요구에 논의의 초점이 흐려졌다. 앞으로 평택시는 조례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실질적인 피해 지원과 주민 보호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위원회 운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권현미 기자 brice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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