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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조례는 정책이다.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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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는 평택시의 법이자, 하나의 정책이다. 조례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방향이 생긴다는 의미고, 예산이 수반되고, 행정이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다. 단순한 선언이 아닌 이상, 조례는 곧 실행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조례를 만들겠다는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닌 무게감 있는 행위여야 한다.

최근 두 건의 조례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하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 해설 지원 조례', 또 하나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 조례'다. 어느 쪽도 쉬운 논의는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조례는 말 그대로 ‘눈 대신 설명해 줄 사람’을 지원해 주자는 내용이다. 수화통역사처럼, 시각장애인의 감각을 보완해 줄 현장 해설사를 양성하고 고용하는 틀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예산이 필요하고, 사업을 운영할 인력과 기준도 필요하다.

교통약자 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도 이용하기 어려운 바우처 택시를 더 많은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조항이 포함됐다. 당연히 차량을 늘려야 하고,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의 행정은 이 조례들을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책임 있는 과장도, 팀장도 자리에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조례 간담회엔 현장 해설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담당 팀장이 나왔고, 교통약자 조례 간담회엔 팀장조차도 없이 주무관만 참석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반기고, 시의원이 준비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담당이 아니다”라는 말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익숙한 대답뿐이다.

그래서 더욱, 조례를 만든다는 것의 책임을 묻고 싶어진다. 누구를 위한 조례인가. 행정이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먼저 말해야 하고, 그 말은 기록되고, 문장이 되고, 결국 조례가 된다. 문제는 조례가 만들어진 다음이다.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례 문구 너머에 있는 실행의 구조다.

조례 간담회가 또 하나의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책인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은 당사자의 필요에서 출발하지만, 행정의 설계 없이는 제도화될 수 없다.

책임 있는 사람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부터 ‘시민의 권리’가 제도라는 이름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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