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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환율, 똑 떨어지듯…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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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미 기자

 

2024년 12월 3일, 그날. 여느 때처럼 마감하느라 분주하게 지내던 중, 갑자기 단톡방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모두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잠시 후 사실을 확인하고는 긴장과 불안이 엄습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소식이 속보로 뜨고 있었다.

대통령은 포고령 1호를 통해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 금지, 모든 언론 및 출판의 통제, 의료인 복귀 거부 시 처벌 등의 조치를 선언했다. 약 2시간의 계엄이 끝나고, 다음 날이 밝았다. 현실감 없던 그 사건이 치밀하게 준비된 일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수부대의 출동, 체포 명단, 실탄 준비 등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현실이 될 뻔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번 계엄을 ‘호수 위 달그림자’에 비유하며 “괜찮다”고 했다. 그의 변호사는 이를 두고 ‘계몽적’이었다고까지 말했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평택 시내 상점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평택은 이제 ‘임’(任)家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날은 따뜻해지고 있었지만,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번졌고, 화재로 삶터를 잃은 이재민들의 절규가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정치적 혼란은 일상이 되었고, 사회는 무언가 무너지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짓눌려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주간평택’을 만든다는 이유로, 오로지 평택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만 시선을 두려 했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 ‘평택’이라는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중앙 뉴스를 애써 외면했다.

가끔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설마 정말 그렇게까지 되겠어?’라며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이 위태롭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렵사리 충원한 재판관 두 명은 갓 임명됐고, 다른 두 명은 곧 임기를 마친다고 했다. 문득 불안이 엄습했다.

만약 선고 전에 재판관들이 퇴임해버리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중분해된다면?

그 순간, 나는 이 나라의 법과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줄 위에 서 있는지 실감했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지자, 이를 잘못된 판단이라며 울부짖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탄핵의 명분을 차분히 설명해 온 한 유튜버는 헌재의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끝내 오열했다. 아마도 탄핵이 기각되거나 다시 계엄이 선포된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방송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그를 휘감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실제로 신변의 위협까지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선거 일정이 여기저기서 공유되고 있다. 계엄선포 이후 치솟던 환율은 탄핵 인용 보도 이후 순식간에 30원이나 곤두박질쳤다. 함께 솟구치던 사람들의 불안감도 조금은 가라앉았을 것이다. 승복하고 사과하는 어느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고맙고, 검열 없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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