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익, 광란을 가르는 휘슬이 울린다. 주심은 부심과 함께 논의한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 모니터실에 검토를 요청한다. 이윽고 페널티 킥이 선언된다. 순간 청중은 두 갈래로 나뉜다. 그 정도가 가지고 무슨 페널티 킥이냐며 억울하다며 울부짖거나, 주심의 결정을 환호하는 편으로 나뉜다. 그런데 논란도 잠시, 대형 전광판에서는 그때 상황이 낱낱이 재현된다. 한 선수가 슬그머니 규칙을 위반하는 모습이 밝혀지고, 생생한 현장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반복해서 보여준다. 관중석의 아우성도 이내 잠잠해진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축구 열기는 뜨겁기가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훌리건(hooligan)이라 불리는 광 팬들은 폭력까지 서슴없이 휘두르며 난동을 부려서, 축구 경기를 보러온 관중들에게는 꼭 주의사항을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축구장을 꼭 가야 한다면, 본인의 좌석 주위에서는 어느 편을 응원하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과격 행동이 나타나면 어떻게 피난할 것인지 미리 대처 방법을 생각해 놓으라는 조언도 해준다. 그러면서 꼭 해두는 한마디가 있다. 세상에 있는 욕이라는 욕은 다 거기에 있으니, 그 말에 놀라지 말라고… ㅋㅋ
오래전 일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예선전과 같이 전 국민이 응원하는 국제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특이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것은 주심과 부심을 맡은 사람이 특정 나라와 친하다고 하거나, 그 나라에서 뇌물을 먹여서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는 기사이다. 그러다가 경기 중에서 우리 측에 불리한 심판의 결정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여지없이 심판의 불공정으로 몰아붙여서 우리 편이 졌다는 기사로 메워지기도 했다.
이제는 첨단 과학적인 장비와 정밀한 카메라로 확인하고, 출전한 전 선수들의 경기 과정도 빠짐없이 분석한다. 그러다가 심판의 눈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때마다 여지없이 정확히 판단도 해준다. 이제는 주심의 편파성을 시비하는 일도 적어졌다. 모두가 함께 직접 보는 가운데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니까 시비가 없는 것이다.
최근 여당 소속 모 의원은 국정원이 실시하는 보안점검 대상에 중앙선관위를 포함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물론, 국정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전문기관이다. 선거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이나 보안 문제와 같은 여러 가지 전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국민도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여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하고, 주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특정한 지시를 하는 관계에 있는 국정원이 선거 프로그램에 일정한 관여를 한다면, 실제로 불공정한 행위가 발생하는 여부와 관계없이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광 팬들의 함성과 열기로 뜨거운 운동장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온전하게 경기를 이끄는 비법이 세세한 경기 규칙과 첨단 과학 장비에 있듯이, 지나치게 뜨거운 선거 부정 시비를 해결하도록, 선거관리 과정을 촘촘하게 선거법에 규정하고, 열기로 가득 찬 투 개표 현장을 누구나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이를 위해서 별도의 중계방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지 않고도 믿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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