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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기고

[이수연의 一寫一言]사람들은 왜 가면을 쓸까요?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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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영화에서 가끔 가면무도회 장면을 봅니다. 가면은 참가자들이 신비로운 존재로 변신하고 사회적 지위나 배경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하지요. 때로는 권력자나 사회 구조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면’ 대신 ‘탈’이라는 말에 더 익숙합니다. 그 탈을 쓰고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 권력층이나 부자들을 풍자하고, 서민들이 겪는 고난과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그 덕분에 탈춤은 단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익명의 시대인 듯합니다. 가면이나 탈을 쓰지 않아도 자기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인가요. 익명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퍼트릴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불평이나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도 작용합니다. 대개 사회적 비판이 두려워 실명을 걸고 의견을 밝히지 못하거나 책임 회피 또는 정직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입니다.

자기를 감춘다는 면에서는 샤이Shy라는 말도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샤이라는 단어를 만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줍은" 또는 "아닌 척하는"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히기 주저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용어로 등장했는데 결국 여론 조사의 예측보다 실제 트럼프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아 샤이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일부에서는, 가면이건 탈이건 샤이이건 자신을 숨기려는 행위가 개인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위치를 탐구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고 하네요. 자신을 숨긴 채로 표현하는 방식은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더욱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사회적 변화와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하고요. 다양한 목소리가 길러지는 환경을 조성하여, 보다 건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도록 만들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오늘 혹시, 우리들은 어느 것이 되었건 그중 한 곳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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