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더 따뜻했던 생일상…더 나눔 봉사단의 정성 어린 하루

비가 내리던 14일 오후, 평택 남부노인복지관 주방은 평소와 다르게 북적였다. 사회복지법인 더 나눔(이사장 김종걸) 소속 더 나눔 봉사단(단장 임병금) 11명이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나눔 봉사단은 매달 한 번, 평택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생일상을 정성껏 준비해 전달한다. 남부노인복지관에서 선정한 대상자 명단을 바탕으로, 단원들은 인원과 주소를 확인한 뒤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든다. 그들은 평소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이날만큼은 모두 ‘요리사’로 한곳에 모인다.



단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다듬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채소 써는 소리, 고기 굽는 냄새, 전이 익어가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주방은 금세 잔칫집처럼 분주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척척 해내는 모습에선 오랜 호흡이 느껴졌다.
“같이 오래 하다 보니까 서로 무슨 반찬을 잘하는지도 알고, 누가 먼저 말 안 해도 딱딱 나눠서 하게 돼요.” 한 단원이 웃으며 말했다.


요리가 마무리되자 단원들은 생일을 맞은 어르신 12명을 위해 도시락 용기에 하나씩 정성스럽게 음식을 담았다. 따뜻한 밥과 반찬, 생일상에 빠질 수 없는 미역국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임병금 단장은 복지관에서 받은 명단을 다시 확인하며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배달할지 조용히 동선을 정리했다. 짧은 회의를 마친 뒤 단원들은 각자의 차에 생일상을 싣고 출발했다.


첫 번째로 방문한 집에는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단원들이 도착하자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아주시고, 단원의 손을 꼭 잡으며 집 안으로 안내하셨다. 집 안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지만, 조용한 공기 사이로 어딘가 외로운 느낌도 들었다. 식탁 위에 생일 케이크와 도시락을 올려놓고 초에 불을 붙이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가 끝나자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소원을 빌고 초를 끄셨다. 할머니는 “이렇게까지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라며 몇 번이고 손을 잡으셨다. 그렇게 단원들은 짧은 축하를 마치고, 다시 발길을 옮겨 두 번째 집으로 향했다.

두 번째로 간 집은 노부부가 사는 곳이었다. 이날 생일을 맞은 분은 남편이었다. 노부부는 차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봉사단이 준비한 도시락을 식탁 위에 하나씩 정성껏 놓자 부부의 얼굴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켜자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지자 남편은 말없이 미소 지었다. 짧은 축하가 끝난 뒤, 부인은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해요”라며 연신 인사를 건넸다. 도시락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저녁에 둘이 맛있게 나눠 먹을게요”라며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모든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임병금 단장은 “생일상 봉사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요. 어르신들이 고맙다고 웃으시는 모습 보면, 더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정성껏 준비하게 돼요. 오늘도 정말 뿌듯한 하루였다"며 환한 미소와 함께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박병희 기자 qld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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