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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기고

[강민경의 뇌과학연구소] 14장. 마주 본 순간, 피어난 웃음꽃

by 주간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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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뇌기반상담연구소장 강 민 경뇌교육학 박사

 

지우를 처음 만난 날,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엄마의 옆에 꼭 붙어 있습니다. 유치원을 옮긴 뒤 적응하지 못해 지금은 집에서 지내며 치료만 간헐적으로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엄마는 지우가 낯가림이 심하고 감각적으로 예민하며, 감정 기복과 폭발적인 행동을 가장 걱정된다며 찾아왔습니다.

지우는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이리저리 물건을 만져보다가, 엄마가 자리를 비우자 책장 글씨를 소리 내어 읽고 벽에 걸린 작품에도 관심을 보이며 비교적 자유롭게 탐색했습니다. 하지만 착석 시간은 짧고, 표현은 단순한 선 움직임에 머물렀습니다. 제시된 과제에 대해 쉽게 자리를 이탈하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거나 싫으면 “아니야!”라며 큰 소리로 울고 도망치고, 활동에 필요한 도구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향해 가버리기 일쑤였지요. 감정이 격해지고 확 쏟아내는 방식이 익숙했죠. 어쩌면 ‘나를 알아줘’라는 마음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우에게는 무엇보다 감정과 행동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가 필요했습니다. 상담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측 가능한 구조 속에서 감정과 행동을 다뤄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했죠. 그래서 미리 활동의 시작과 끝을 안내하고, 아이의 표현을 수용하며 반응하는 일관된 방식으로 만났습니다. 점토를 활용한 활동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점토를 손에 쥐고 누르거나 구기며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아이가 감정을 안전하게 머물게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어요. 특히 반복되는 움직임과 감각 자극 속에서 자유로운 표현과 함께 치료자와의 정서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아이는 점차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법을 배워갔습니다.

그렇게 지우는 서서히 변화를 보였습니다. 감정을 다룰 여유가 생기자 “싫어요”라고 말하거나, 감정을 멈춰보려는 시도가 나타납니다. 작은 숨소리와 손끝의 움직임 속에서도 아이의 선택이 조심스럽게 느껴졌고, 점차 웃음도 늘어났어요. 폭발적인 짜증이 먼저였던 아이가, 점토로 하트를 만들며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상담사에게 웃으며 반응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상담실을 넘어 가정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예전보다 짜증을 덜 내고, 말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전합니다. 일상 속에서 지우는 점차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고 있었어요.

뇌기반 미술치료는 감각과 반복된 움직임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감정 조절을 돕는 접근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변연계와 이를 조절하는 전전두엽이 예측 가능한 관계 안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지우는 미술 활동 속에서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는 법을 조금씩 익혀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주변의 자극보다, 예측할 수 있는 관계와 조용한 리듬 속에서 아이는 자기 감정의 흐름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한때는 거침없이 쏟아내던 감정이 이제는 멈추고 표현되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감정이 정돈될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한 지우는, 서툴지만 단단한 걸음으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마음속에 새로운 길이 생겨났다는 뜻이겠지요. 이제는 눈물이 먼저 흐르기보다,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렇게 지우는 조금씩 자기를 이해하고, 관계 안에서 자라나는 법을 배워갑니다.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감정의 리듬이 이제는 아이의 하루에 변화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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