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를 다녀왔습니다. 6공화국 시절이던가. 삼청동에서 효자동으로 넘어가는 지름길이라고 해서 무심코 들어섰다가 차 한 대 볼 수 없었던 청와대 앞길의 엄숙함?은 제게 ‘청와궁’ 같기만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곳, ‘나라님’이 머무시던 곳을 당당히 구경하고 온 것이지요. 사람 몰리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애써 외면하다가 새로 대통령이 되신 분께서 집무실을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길 예정이라는 뉴스와 곧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해서 서둘러 다녀왔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별거 아닙디다. 애써 깎아내리거나 낮잡아보려는 게 아니라 뉴스에서, 드라마에서 보던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대로였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만 바닥 장식이나, 사용한 흔적을 그대로 남겨놓은 집기들은 생각보다 퇴색되었거나 수수했다는 정도가 새로웠다고 할까요.

본관을 보고 나와 대통령 관저로 향했습니다. 개방된 공간만 보고 관저 뒷산으로 올랐습니다.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일명 청와대 부처님을 볼 겸, 꼭대기에 오르면 부석사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바라보는 풍경처럼 시내가 보일까 해서였습니다. 기대대로 관저 바로 뒤편의 빽빽한 나무 사이로 멀리 시내가 보였습니다. 높은 곳에 살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한 관저 뒷산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산책로는 짧아도 꽤 괜찮은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예외 없이 출입을 막는 띠 줄마다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이 문구를 청와대 입구에 커다란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걸로도 모자라 관람 동선 내내 생색내듯이 붙여놓았는데 청와대를 구경하러 오게 만든 ‘국민 품으로’가 이제 다시 대통령 품으로 간다고 하니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짧은 생각에는 어차피 두 번 올만큼 매력적 공간은 아니었으니 대통령 집무실로 다시 활용한다고 해도 전혀 억울할 게 없고, 정책적 결정에 그게 최선이라면 그리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임의 어떤 대통령도 집무실을 국민과 더욱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던 만큼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조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참 올 7월 말까지만 개방한다던데 7월 중순 이후에는 청와대 실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주 서둘러서 다녀오세요. 관람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민원에 예약 시간 무관하게 입장시키고 있으며 65세 이상은 현장 입장이 가능합니다.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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