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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나를 기다린다
남진우
어느 날 나는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날아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달이 둥그러지는 동안
영혼은 쉽게 지상을 떠나지만
보름에서 그믐까지 벌레구멍은
점차 닫혀진다 비좁은 그 틈을 지나
광막한 저 세상으로 날아간 영혼은
무엇을 보게 될까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수단 중 하나가 구멍입니다.
문도 하나의 구멍이고, 벽에 뚫린 작은 틈새도 구멍입니다.
남진우 시인은 달을 ‘벌레구멍’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구멍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의 장소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구멍으로 이 세상을 빠져나가려면
몸을 잃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내가 그동안 소중하다고 움켜쥐고 있던 무엇인가를 버리고
작은 구멍을 통과하면 무엇이 보일까요?
혁신적으로 변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요?
혁신할 때의 혁(革)은 원래 가죽에서
독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무두질한 가죽을 말합니다.
원래의 가죽에서 빼기를 한 게 혁이라는 말입니다.
빼기를 하지 않으면 새로워지질 않습니다.
이게 혁신의 기본입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시끄럽습니다.
시끄러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구멍을 통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기에
혁신을 할 수 없는 겁니다.
정치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한심한 분야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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