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관위 공보관을 할 때이다. 가장 많이 받는 질의 내용이다. “선거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세요”,“아~ 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주권자를 대신해서 선출된 대표자가 국정을 논하고 결정하는데요, 훌륭한 대표자를 잘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국민도 잘살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선거에서 올바른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에 지금, 또다시 선거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말해 달라고 한다면, 이제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난 12.3, 한밤중에, 총 칼로 무장한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장면을 생방송을 보았습니다. 밤새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그때 가슴 속 깊이 묻혀 있었던, 다시는 꺼내고 싶지도 않았던, 오래전 군사쿠데타의 망령도 떠 올랐습니다. 왜, 누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이런 고통을 또 되새김하게 합니까? 선거를 잘해야 합니다. 옳고 바른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내가 안전합니다.”
또다시 제21대 대통령선거, 7명의 후보자는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늘 그래 왔듯이, 거리에서는 선거 로고송이 넘쳐나고, 같은 색깔과 문양으로 디자인된 천사 같은 표정의 선거운동원들을 만난다. 그들은 도깨비방망이라도 들고 휘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이 가능하다. 입 안의 혀처럼 유권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아니, 말도 안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원할 것 같은 것까지도 모두 다 알아서, 다 해 줄 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거리감이 생긴다. 묘한 기시감마저 들면서 헤어날 줄 모른다. 누가 보아도 웃고 있는 후보자인데,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심은 무엇인지, 또다시 그가, 대통령인 그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며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공연한 의심병마저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심경은 나뿐인지, 이런저런 불안감이, 어쩔 수 없다.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카페, 식당, 어디에서나 핸드폰이나 노트북, 심지어 지갑을 두고 다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정직한 우리 문화에 감동해서 화제이다. 부디 세월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이런 불편한 감정들이 이번 선거로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잠깐,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깜짝 놀랄 만한 사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먼저, 법원에서 법정선거운동기간 중에도 소송 진행을 예고하면서, 당사자인 공직후보자 출석을 요청한 사안이다. 법원이 소송당사자를 참여하게 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운동기간 중에 특정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재판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자칫 후보자의 공정한 선거운동 기회를 제한하는 불공정행위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우리 헌법(§116 ①)에는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1, 7)에서도 선거가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공정해야 하고, 후보자 등은 법에 따라서 공정하게 경쟁하여야 한다고 의무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위반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었다.
또한, 모 정당은 공식적인 후보자등록기간 첫날 새벽 3시반쯤, 특정인이 그 당에 입당한 후, 공천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공직선거법(§49 ⑥)에는 후보자등록기간중에 당적을 이탈, 변경하는 경우,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에 위반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다행히도 그 후보 예정자는 공천과정에서 탈락이 되어 해소되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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