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당시 6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아직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인민군 장교(정재영 분)가 부락 촌장(정재진 분)에게 자못 심각한 어조로 소리 낮춰 묻습니다,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 휘어잡을 수 있는 거…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거 뭐요?”
그러자 촌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리 말하지요.
“… 뭐를 마이 멕여야지 모 …”

영화 개봉 2년 전인 2003년 8월에 들른 경상북도 풍기의 오일장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평일 점심 무렵인데도, 일찌감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덮은 천막에는 비 새지 말라고 비닐을 덮었으나 상인은커녕 물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날 장사는, 애 전에 글렀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 와중에 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시장 사진 20년 가까이 되도록 좌판 위에 엎드려 졸고 있는 상인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죠. 좌판은 생선 손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듯 깨끗했고 시장 한복판인데도 주위는 적막으로 가득했습니다.
지방의 오일장에는 군청 소재지처럼 읍장과 면 소재지의 면장이 있습니다. 면장은 대개가 점심 전에 파장이지만 읍장은 오후까지도 장이 열려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그런 읍장인 풍기 오일장이 그날 한산했던 것은 이미 오일장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지 단순히 비가 내린 날이어서 그런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도시는 다릅니다. 제가 사는 송탄 지역만 해도 사라졌던 오일장이 오래전에 부활하고 장날에는 인파가 북적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시장마저 불경기를 겪고 있습니다.
코비드 19사태를 간신히 벗어나서 조금 숨돌릴 만하니까 무슨 계엄 사태에 미국발 관세 혼란에 시민들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거기에 6.3 조기 대선인지 굴비 대선인지까지 보태져서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의 연속입니다.
제가 가끔 들르는 식당은 영업 20년 이래 이토록 장사가 버거운 적이 없다며 전 품목 가격을 3년 전 수준으로 내렸는데도 예전의 40%밖에 회복하지 못했답니다. 동네 점포가 많이 비어 있다는 요즘 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뽑히든지 그저 바라는 것이라면 ‘뭐를 마이 멕여야’ 한다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는 분이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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