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룡이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상담실에 들어선 우현이. 손에는 공룡 피규어를 꼭 쥐고 있고, 눈빛엔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일곱 살 유치원생인 이 아이는 ADHD 약물을 복용한 지 넉 달이 되었지요. 엄마는 “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이제는 때리지 않고 말로 하려 해요”라며, 우현이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길 바란다고 합니다.
상담실의 우현이는 상호작용보다는 원하는 것을 될 때까지 말로 반복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또렷하게 표현했지만, 감정이나 상황을 설명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활동으로의 확장은 어려워했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만 고착되어 표현이 반복됐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땐 한숨을 푹 쉬거나 책상을 두드리며 짜증을 냈지요. 아이의 말 속에는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엄마가 소리 지르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유를 묻자, “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래요. 숙제도 안 하고 소리 지르고 울어서요…”
우현이는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엄마가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어른의 반응에 맞춰 감정을 눌러온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부모교육이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행동만을 다루면 감정은 억눌리고, 억눌린 감정은 또 다른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일관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특히 약물 복용만으로는 충동성과 정서조절이 충분히 해결되지 않으며, 구조화된 관계 안에서 감정을 조율하는 연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상담실에서는 우현이의 선호와 욕구를 먼저 인정해주었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씩 표현의 확장을 유도했지요. 공룡 피규어로 시작된 활동에서 감정을 부여하고, 공룡이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는지, 친구의 말에는 어떻게 반응할지 역할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얘는 화가 나서 이렇게 숨 쉬어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올라간 우현이의 입꼬리에는 감정이 담깁니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책상을 두드리던 행동은 점차 줄어들었고, “싫어요”, “나갈래요”라는 말도 줄어들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동시에 나오는 특성은 활동 중 잠시 멈춰보는 훈련으로 조절하며, 감각-운동-언어가 연결되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뇌기반 미술치료에서는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실행기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을 함께 자극할 수 있도록 감각적 체험과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을 활용합니다. 반복되는 표현과 구조화된 관계는 아동의 뇌 회로를 새롭게 형성하는 기반이 되지요. 공룡의 눈을 그리고, 입을 그리고, 표정을 다듬는 손끝의 움직임 속에서 우현이는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만든 공룡을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건 화났을 때 나예요. 근데 지금은 웃고 있어요.”
감정이 여전히 빠르게 올라오고, 짜증도 가끔 튀어나오지만, 이제 우현이는 그 감정을 알고, 표현해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던 시선을 거두고, 감정의 뿌리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시간. 우현이는 지금, 조금씩 자기 안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공룡처럼 강하고도 따뜻한 존재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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