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과 마주합니다. AI가 뚝딱(?!) 답을 건네오고 쉽게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책읽기’가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일 것입니다.『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의 저자 김지원은“원산지가 표시된 가치 있는, 신뢰성 있는 지식정보 매체”라는 점이 책의 유효성을 증명한다고 말합니다. 한강 작가의 산문집『빛과 실』을 읽으며 책읽기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뭔가를 추진하고 달리고 소리치고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복잡하고 혼란한 세계에서 자신이 선택한 한 권의 책을 들고 오감을 집중하여 문장을 따라가는 책읽기는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즈넉해지는 시간입니다. 어떤 책읽기는 자신을 비롯한 많은 것들에서 한 발 짝 물러나 감정을 들여다보고 바깥을 맞이하는 법을 익히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책은 가치 있는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이자 책읽기는 성찰적 자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한강의 문장을 따라가며 읽기의 이유를 더 합니다.

여덟 살 한강은“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금실이지.”라고 씁니다.
『빛과 실』에는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수상 소감, 문장을 직조하는 작가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일 년, 길게는 칠 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토록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는 북향의 작은 집에 정원을 만듭니다. “식물을 기를 때는 오직 그들이 잘 자라기만을 바란다. 농담도 위트도 감사도 따뜻한 말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잘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127쪽)”는 작가는 거울을 이용해서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라는 조경사의 말에 하루 15분씩 거울의 위치를 바꿔주기도 합니다.
소설을 완성하는 기나긴 질문의 시간, 작은 북향 정원에 빛을 들이기 위해 15분마다 거울의 위치를 바꿔주는 작가의 시간이 따뜻한 빛처럼 전달됩니다. 작가의 북향 정원 사진에 복잡한 세상에 흔들린 마음을 진정시키거나“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29쪽)”이므로 오랜만에 일기나 메모하고픈 마음이 일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잘 있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보기 위해 가까운 도서관 또는 서점 나들이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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